와쟈! 2006.04.27 05:31 조회 6758

2월 4일 (셋째 날)


여전히 희영이가 젤루 먼저 일어났다. 우리가 잤던 숙소는 카오산로드의 '시암호텔'이었다. 어제 너무 늦게 돌아온 나머지 카오산로드 내의 게스트하우스의 방이 하나도 남지 않았던 것이다.(에어컨과 욕실이 달린^^) 덕분에 희영이가 카드를 긁고.. 암튼 (내가 안긁었다) 덕분에 아침 공짜밥 먹구 '왕궁'으로 향했다.(솔직히 말로만 호텔이지 밥도 양껏 나오지도 않았고 숙소도 게스트하우스보다 좋을 게 없었다.) 왕궁을 찾아 지도를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사뭇 34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에서 오래 돌아다녔다. 땀흘리며 말없이 가는 지환이, 지환이는 몸 주변주변에 땀띠가 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뒤에서 터벅터벅 우릴 따라 걷는 희영이가 보였다. 순간 만약 우리 여행에 지영이나 수경이 보연이 같은 여자친구들이 함께였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이 뙤약볕아래에서 재미없게 걸어다니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길거리 지나가다 신기한 거 있으면 쇼핑하고 아이스크림도 사먹으며 이 시간을 재밌게 만들었겠지! 불쌍한 희영이 계산적인 공대 남학생들과 함께 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꼬~

왕궁에 도착했을 때도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지 공과생과 사회생의 차이인지는 몰라도 희영이와 두 남학생의 태도는 확연히 틀렸다. 희영이는 이쁜 건축물들 아래에서 사진 찍는 걸 많이 바라는 반면 이 무식한 공과생들은 가뜩이나 영어로 써있어 해석하기 힘든 안내 책자를 꼼꼼히 해석하며 각 건축물의 유례와 역사를 알려는 데 치중했다. 참고로 희영이와의 마찰은 오늘의 여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ㅋㅋㅋ
왕궁은 정말 화려하고 찬란하며 웅장한 건축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황금사원, 에메랄드 사원 세상에서 그렇게 크고 웅장한 건물이 온통 황금으로 둘러싸여 있고 에메랄드 조각으로 수놓아져 있다니 1000년전 태국의 국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태국의 유적 보존 문화는 정말 부러웠다 (태국은 20세기 초 전쟁을 유일하게 겪지 않은 동남아 국가 아닌가..) 우리의 자유여행에 최고로 만족을 느끼고 있지만 때로는 패키지 여행객들이 부러울 때도 있었다. 우리들의 짧은 머리로는 이국땅의 유적에 깃든 사연 및 역사를 알기에는너무 무리가 있던 것이 아닐까? 이럴 때 우리에게 '가이드'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왕궁을 구경하고 우린 싸게 점심도 해결할 겸 '타마셋 대학교'를 향했다.(어느나라든지 대학교 식당은 정말 싸다) Taxi를 타고 도착~! 희영이가 멋진 남학생에게 말을 걸어 학생회관을 찾았다. 우와앗! 볶음밥 한끼에 15바트 (450원)이다. 희영인 또 어디서 과일 한봉지를 사오는군.. 이 곳 대학생들은 평범한 태국인들과는 달리 우리 이상으로 영어를 잘하는 듯 하였다. 타마셋은 바로 옆에 강이흐르는 공원 같은 학교였다. 자~ 이젠 배를 타고 이 강을 횡단해야하는데 강을 건너는데 3바트(90원)이 들었다. 방콕처럼 교통체증 심한 도시는 확실히 저렴하고 운치있는 배가 교통수단으로 적합한거 같다. 강을 건넌 후 우리의 목적지 '법의학 박물관'을 찾는 도중 지환이가 이쁜 대학생 지나간다고 나보고 보랜다.(그 곳 대학생들에겐 교복이있다. 그들은 교복을 자랑스럽게 입고다닌다. 마치 70년대 인문계 고등학교 교복을 자랑스레입던 옛우리나라처럼..) 아아 이쁜 여대생에게 말걸라구 하는데 어느새 사라졌다. 그리고 거기 주민이 그러는데 박물관은 4시에 벌써 문을 닫았다고 하드라.(그 때 시각 7시) 어쩔 수 없이 박물관은 포기? 다음을 기약해야했다. 우린 바로 다음 계획인 보트 트립을 하기로 했다. 한국인 가이드(태국인)을 만나 신기했다. 나보다 한국말 잘하더라... 보트트립은 방콕의 강을 따라 보트를 타고 강하류까지 내려가는 것이며 우리같이 저녁에 가면 방콕의 야경에 흠뻑 젖을 수 있게된다. 우리 여행의 가장 낭만적인 기억인 부분이다. 고온건조한 기후라 오후가 되며 덥던 기후가 선선한 기후로 변할 때 배를 타고 낭만적인 방콕의 중심에 빠져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가다 보면 태국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게 된다.

방콕의 야경에 흠뻑 젖은 후... 우린 관광지로서의 태국이 아닌 태국 현지의 모습을 살피고 싶었다. 너무나 외국인이 많고 거리가 무서운 카오산로드 (실제 카오산로드는 거의 태국 지역으로 치지 않을 정도로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많다고 한다) 와 번쩍번쩍하는 방콕의 시가지는 태국의 서로 다른 얼굴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강남, 강북의 차이보다 훨씬 심한 태국의 강남, 강북의 경제적차이는 상당한 것이었다. 판자집 같은 수상 가옥들의 강남과 삐까번쩍한 빌딩들이 줄곧 서있는 강북의 태국 사람들의 상당한 빈부 격차를 말해주는 듯 싶었다. (보트 트립 할 때 북쪽 도시와 남쪽 마을을 비교하시길!) 강변에 내려 이름 모를 방콕의 어느 마을을 우린 도보로 걸었다. 카오산로드보다 깨끗하고 거지도 없었다. 축구하는 동네 꼬마애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평온해 보이는 게 우리가 지금껏 태국에서 본 관광의 모습과 틀렸다. 일반 비디오 가게에 들어가서 우리가 보온 비디오들이 태국말로 써있는 게 무척 신기했고 그 때 당시 우리나라에 비디오로 나오지 못했던 것들이 태국에 있는 걸 보니 우리나라가 아직 국제적 위상이 태국보다 못한가하는 아쉬움도 있더라... 주변 약국에 가서 지환이 땀띠약도 사고 '투리안'이라는 태국 과일 중 왕이라는 과일도 샀다. (이번에도 당했다. '투리안'은 우리 입맛에 잘맞지 않고 오래두면 가스냄새가 난다. 한번쯤 먹어보는 것도 좋다. 차라리 겨울에 제철인 파인애플 한덩이를 10바트에 사먹는 게 낫다. 우리 입맛에는 ^^)

카오산로드로 돌아오는 길에 희영이도 좋아할 겸 편의점에 들렸다. 호홋~ 우리나라에 있는 과자들과 비슷한 과자들이 몇가지들이 있네! 자랑스럽게 내 가슴에 놓고 사진을 찍구 몇가지 먹을 거리를 사들고 편의점을 나오는데.. 과자를 들고 설치는 지환이와 나를 보고 미소짓는 이쁜 대학생 누나가 있었다!!! 이화여대 다니는 누나다~ ^^ 한국인이라서도 반가웠지만 이뻐서도 좋았다 ^^ 희영이가 말동무가 생겨서 좋았던 거 같다. 앞으로 홍콩으로 떠날 거라구 한다. 아아 함께 여행하믄 좋을 것을... 우린 이쁜 누나와 아쉬운 이별을 하고 우리 숙소를 찾았다. 가가스로 잡은 숙소... 터프하고 재치있는 두 외국인의 도움으로 방을 잡을 수 있었다. ( 자기가 방을 쓰지 않을 거라면서 우리에게 키를 넘기던 외국인 형아인데 ^^ 주인아저씨가 우린 3명이고 그 외국인은 2명이 쓰는 거였다면서 다짜고짜 안된다고 한다. 우린 당황해서 암말도 못했지만... 멋진 삭발한 이스라엘 외국인이 웃으면서도 무서운 무언가 강력한 표정으로 주인 아저씨를 이겨서 우린 간신히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 여자인 희영이의 방을 하나 더 잡는 조건이었다.지금 생각하면 참 고마운 일이다... 그 사람들은 여행 하는 모습이 어쩜 그렇게 멋있어 보였을까...)

희영이와 각방을 쓰니 역시 편하긴 편하다. 희영이와 9시30분까지 만날 것을 약속하고 지환이와 나는 우리의 방으로 올라가서 맘껏 샤워했다. 남자들끼리 쓰니 이리 편할수가! 생각하며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샤워실 문열고 샤워하고 ^^ 좋았다.

헌데 내가 샤워하고 나오자 지환이왈 " 희영이가 왔다 갔다"라는 것이다. 어랏! 9:30까지인데 너무 일찍 온 거 아닌가? 우린 자초지종 모르고 희영이한테 찾아갔는데 희영이는 사뭇 삐친 얼굴로 우리가 9시까지 만나는 거였다며 자기는 씻지도 못했다고 투정이다. 흐음~ 9:30까지라고 지환이랑 나는 기억했는데 아무튼 9시까지였다면 미안하군... 희영이는 일찍 잤다.

지환이와 나는 서로 맥주를 기울이며 금강산에 대한 심층깊은 얘기를 나누었다. 흐음~ 지금 생각하면 이 밤에 서로 함께 한 시간이 지환이와 내가 가장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군대에 대한 개인적인 얘기로 시작해서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금강산 애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었다. 금강산 친구들 개인 한명 한명을 삼국지 위인에 빗대어 우리의 생각을 표현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희영이 심심하지 않게 앞으로 잘하자는 다짐도 했다 ^^ 너무 희영이가 여행에서 혼자 밀리는 기분이다. 음식도 제대로 먹은 적 없구... 지환이와 나는 잠자리로 돌아와서 금강산 비화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다... 지금껏 지환이와 나의 술먹으면 늘 항상 화젯거리가 되는 '금강산 비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던 거 같다. 다음 유럽 여행에서 한달동안 함께 하리라 생각 못했던 나로서는 지환이 같은 '안성의 명물'과 함께 자는 것은 기억에 남는 일이었따... 이젠 ... 지겹다 이미지 녀석 ㅋㅋ 또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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