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러브 2006.03.25 12:21 조회 8575

태국 사회에서 승려는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국왕을 비롯한 왕실에 있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절하는 사람은 승려밖에 없다. 승려는 국왕앞에서도 절하지 않는다.
승려가 엎드려 절해야 하는 대상은 부처님뿐이다. 이러한 승려와 승려가 거처하는 사원은 태국 사회에서 일반 대중에게 다음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1. 교육기관 : 종교에서 경전은 대개 번역하지를 않는다. 일반 다른 언어로 번역하게 되면 가르침의 참뜻이 얼마간은 변하거나 소실되기 때문이다. 한자로 번역된 경전을 통해 불교를 받아들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태국의 불교는 아직까지 팔리(Pali)를 쓰고 있다. 태국어에는 우리말의 한자어 수만큼이나 팔리어와 싼스크릿트어가 섞여 있다. 따라서 글을 잘 아는 사람은 승려였다. 태국에서 승려는 훈장이고 승려가 있는 절은 서당과 같은 곳이었다. 태국어에서 학교라는 의미를 지닌 "롱리얀"이란 말은 근대에 들어와 서구식 학교가 설립되면서 생겨난 신조어이다. 옛날에는 학교라는 단어가 아예 없었다. 절이 곧 학교이고 승려가 선생님이었다. 우리가 이름을 대개는 한자어로 짓듯이 태국사람들도 이름을 대개는 팔리어나 싼스크릿트어로 짓는다. 따라서 글을 모르는 주민들이 작명을 청해오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승려의 일이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절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 주로 승려들이 일반 학문을 하지 않고 정해 놓은 과정에 따라 불교를 공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험에 합격할 경우에 나름대로 속세에서 배우는 일반 학문의 학위에 버금가는 증서를 받고 그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2. 의료기관 : 태국에서 사원은 곧 병원이기도 했다. 오늘날처럼 병원이 많지 않던 시절에 글자를 아는 승려들이 주로 민간요법에 관한 서적을 읽고 의학 지식을 습득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위생과 보건을 돌보기도 했다. 따라서 누가 아프면 먼저 절에 와서 승려를 찾았고 승려에게서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 오늘날까지도 태국의 승려들은 민간요법에 의한 의학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3. 사회복지기관 : 불타의 가르침에 따라 자비를 베푸는 승려와 사원은 그 자체가 사회복지기관이기도 했다. 부모를 잃은 고아들은 절에 기거하면서 승려의 심부름을 하거나 절의 잔일을 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었다. 이들은 태국어로 "데카와트" 또는 "아람버이"라 부르는데 오늘날에도 태국 전역의 사원에 적지않은 아이들이 기거하고 있다. 또 사원은 먹을 것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고 잠자리를 청하는 사람들에게는 잠자리를 제공해 준다. 오늘날까지도 태국을 여행하면서 절에서 밥 한 그릇 얻어먹고 하룻밤 자고 가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밖에도 태국 사회에서 승려와 사원은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불교 국가인 까닭에 불교명절을 중심으로 한 태국의 축제나 큰 행사는 대개가 절에서 열려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화합과 단결을 이루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여 일을 처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가정문제나 주민들간의 불화가 있을 때에도 주민들이 찾아와 의논하고 이를 중재하여 처리해 주는 곳도 승려가 있는 사원이다. 이처럼 사원은 태국인들에게 공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사원은 태국인들에게 없어서는 않될 정신적 구심점이며 마음의 안식처이다. 무슨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사원이다. 또 태국인들은 죽으면 승려를 모셔와 염불을 하고 장례를 치른 뒤에는 절에서 화장을 한다. 그러한 까닭에 사원은 태국인의 생의 종착지이며 승려는 삶의 최후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승려수업



승려수업이란 일정기간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승려로 불법을 익히고 가르침대로 행하는 것으로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태국의 불교적 전통이다. 태국의 건장한 남자라면 결혼하기 전에는 누구나 한 번 승려수업을 해야만 하는데 이를 "부엇껀비얏"이라고 한다. 또 승려수업을 하지 않은 사람을 "콘팁"이라 해서 '익지 않은 사람' 즉, 아직 선악이나 사리를 판단할 줄 모르는 미숙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성인 남자라 해서 누구나가 승려수업을 받는 것은 아니며 한쎈씨병, 나병, 간질병, 부채가 있는지, 자유인인지 등등 8가지를 심사해서 통과를 해야만 한다. 또한 태국의 승려들은 227가지의 계율을 지키며 생활하는데 이것을 "파라지카"라 하며 그 중 '살생의 죄', '여자를 범하는 죄', '훔치는 죄', '거짓말의 죄' 등 이 4가지("파티목카"라 칭함)를 범하면 교단에서 추방을 당하고 승적을 박탈 당한다. 태국에는 비구니들이 없는 것이 특징인데 옛날에는 332가지의 계율을 지켰다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너무 어려워 자동으로 없어졌다고 한다. 일단 승려가 되면 아침에 눈을 뜨면서 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모든 생활이 계율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 아침 6시 전에 일어나게 되면 모두가 침소에서 나와 목욕을 하고 정해진 장소에 모이게 된다. 승려들이 모두 모이게 되면 마을에 탁발을 나가게 되는데 마을 전체를 구역별로 분류하여 거기에 따른 조를 편성하여 나누어 가게 된다. 따라서 어느 한 집도 승려가 다녀가지 않는 집이 없다.

태국인들의 불교에 대한 믿음은 독실하여 스님에게 공양하기 전에는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다. 탁발을 마치고 돌아오면 지정된 장소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데 절대로 자신의 밥을 퍼서 먹을 수 없다. 절에서 일하는 소년들이 밥과 반찬을 떠서 바쳐야 비로소 먹을 수 있다. 이를 "빡껜"이라 한다. 이는 승려는 남이 주는 밥만을 먹어야 한다는 불타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불교와 태국인



부모로 부터 신앙을 물려받은 이른바 모태신앙으로 불교가 태국인들에게 수천 년을 내려오는 동안 태국인들의 정신적, 물질적 불교문화가 다양하게 형성되었다. 태국에는 현재 2만 9천 여개의 사원이 있으며 이 사원은 태국인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수시로 찾는 곳으로 정신적인 안식처로 또 하나의 집이라 할 수 있다. 태국인들은 절교하는 것을 "시주그릇을 엎는다"고 한다. 태국인들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승려에게 시주하며 1년을 시작하는 새해 첫날에도 시주로 한 해를 시작한다. 태국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목에 걸고 다니는 것은 단순한 목걸이가 아니라 스님상이다. 태국인들에게는 어느 스님은 질병을 걸리지 않게 하는 영험이 있으며 어느 스님은 재물을 가져다주는 영험이 있고 어떤 스님은 화를 입지 않게 하는 영험이 있다는 등의 믿음이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이 총에 맞았는데 총알이 옷만을 뚫었을 뿐 살갗 하나 다치지 않았는데 그것이 다 그사람 목에 걸고 있는 스님의 영험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스님들은 사고 팔기도 하는데 스님상 중에 어느 것이 영험이 좋다고 알려지면 그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일부 절에서는 사진을 곁들여 신문에 판매 광고를 내기도 한다.

태국인들은 태어날 때는 집에서 태어나지만 죽어서는 모두가 절로 간다. 태국의 절 안에는 화장터가 있어 업을 다한 사람의 육신을 화장하고 영혼을 받아들여 쉬게 한다. 태국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태국의 불교를 이해하지 않으면 않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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