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두 2006.04.30 02:04 조회 6583

태국 파타야를 며칠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환경과 음식이 바뀐데다 기름기가 많은 식사를 주로해 소화가 안되고 늘 하던 운동을 며칠째 못하고 있어 몸이 붓는 느낌이었읍니다. 밤늦게 까지 꽉찬 일정에 따로 운동시간을 낼 수도 없고... 해서 생각한 것이 새벽에 달리기를 하기로 맘먹었읍니다. 파타야의 해안을 따라 백사장과 뭍을 보도가 나누고 있었고 끝없이 이어지고 장애물도 없는 이곳이 적지로 여겨졌습니다.

아침 식사를 6시 30분에 해야 하니 한시간여 운동을 위해서 4시경에 호텔을 나와 스트레칭을 하고 어제 보아둔 해안 도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어두운 골목 새에서 술렁이는 작은 물체들이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빠르지는 않지만 즈덜끼리 세를 만드는 듯 대여섯으로 나뉘었던 몸체가 한덩이로 뭉치는 것 같고 거기서 다시 분리된 물체가 서서히 내게 다가옵니다.

그것은 개였습니다.

태국은 불교 국가이고 사람이 죽으면 다시 개로 환생 한다고 믿어 개를 좋아하며 묶거나 가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개들이 낮에는 사람에게 밀리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있어 내게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겁니다. 갑자기 두려움이 밀려오고 어째야 하나 망설여 집니다. 도망가면 외려 공격을 유발하는 것이고.....

개를 피하는 방법은 가까이 다가서지 말고 (자기 영역을 침범 당하면 공격적임)
주인과 함께 있다면 더군다나 개주인 옆으로 가면 안됨(주인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있음.)
눈을 마주치지 말며 끈이나 도구를 든다(도구까지를 한몸으로 여김)
등의 이야기가 생각나 목에 둘렀던 수건을 풀어 길게 잡고 천천히 개들 옆을 비껴 지납니다.
의연한 내모습에 개들도 어찌할가를 망설이기만 할 뿐 더 이상 위협은 하지 않습니다.

휴우.. 한숨을 쉬며 바닷가로 내려서 이국의 밤하늘을 구경하다가 보도에 올라 섰습니다. 철렁이는 파도소리가 그쪽이 바다임을 알리지만 뵈지는 않습니다.이제부터 약 30분 달리다가 돌아올 양으로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간혹 비치던 가로등도 없어지고 깜깜한 길을 혼자서 달리는 기분이 외려 여행에서의 색다른 추억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받으며 약 10분을 달리고 있는데 백사장 쪽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처음에는 한 두마리가 짖더니 점점 그 수가 많아 짐을 느낍니다. 아차 싶어 달리기를 멈추고 뒤 돌아서 천천히 걸으며 보니 벌써 열마리는 넘을 듯한 개무리가 빠르게 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겁니다. 개짖는 소리는 두가지가 있답니다. 큰소리로 컹컹 짖는 것은 위협하는 소리입니다. 짖는 개는 물지 않습니다. 나즈막히 가래 끓는 소리 이소리는 공격하겠다는 신호지요.

지금 이 상황을 모면 할 방법은 오로지 하나입니다. 있는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10분 달려온 길 이 정도 속력이면 4분이면 갈 수 있읍니다. 이 4분에 한 목숨 달려있는 겁니다. 그러나 사람이 빠르다 한들 어찌 네발 달린 개를 당하겠읍니까. 벌써 나를 추월해 옆으로 나가고 있는 놈이 있고 어떤 놈은 뒷발을 물을려고 뛰어 올라 운동화에 채이기도 합니다. 안 되겠기에 백사장으로 내려서 모래를 뒤로 차 개들에게 뿌리면서 달렸지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입니다. 속도가 떨어진 내 앞으로 이미 개들이 막아서 갈 수가 없는 겁니다. 옆으로 비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지요. 물 속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나를 따라 다 들어오더라구요. 그러나 뭍에서는 빠르지만 물속에서 어찌 나를 잡겠습니까?

한참을 헤엄쳐 호텔 앞까지 도착해 두리번 거렸지만 놈들은 없었습니다. 다시한번 휴우.. 아닌 밤중에 이 무슨 꼴이람. 물에 빠진 생쥐 꼴로 호텔 로비를 통과 하니 직원들의 의아한 눈빛도 재밌었고 아침 식사중 일행들이 간밤에 개짖는 소리에 잠도 설쳤다는 이야기를 옆으로 들으면서 속으로 웃고.. 만리 타국에서 아침운동 한번 요란하게 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