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2004.03.01 00:00 조회 6687

지난 2월 초 10여년만에 다시 까오산 땅을 찾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10여년 전의 까오산은 사라지고 없더군요. 친절하고 소박한 종업원들로 가득찬, 그러면서도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숙소가 가득했던 까오산은 없어지고, 오직 돈귀신들만 가득한 그런 거리로 변모했더군요. 한국인들의 불친절이나 배타적 자세도 늘 고쳐야 할 점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왔는데, 이번에 겪은 까오산은 절대로 그 이하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구역은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음에도 거리의 상인이든 숙박업소의 종업원이든 친절도는 과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 같았습니다. 굳이 실명을 들진 않겠습니다만 어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방을 여러 개 잡는 상황이어서 먼저 혼자서 종류별로 확인한 다음 일행이 왔길래 나머지 방을 좀 보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카운터의 직원이사납게 인상을 쓰면서 묵기 싫으면 나가라고 하더군요. 물론 요금도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올랐고요. 칸차나부리행 열차를 타는데 우리를 태우고 온 기사는 열차표만 쥐어주고는 사라져버리고, 열차를 탔더니 유럽에서 왔음직한 관광객들이 여기는 자기들 예약셕이니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더군요. 사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으므로 못 가겠다고 했더니 승무원들까지 와서 마구잡이로 몰아세우더군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예약석이란 없으며 그들이 그랬다면 아마도 가이드가 편의를 보아달라고 부탁을 하지않았겠느냐고 하더군요. 물론 편의에 대한 대가가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지만 나중에 보니 뒤에 자리가 많길래 그냥 옮겨왔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뒤에 자리가 많으니 좀 옮겨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했으면 두 말 하지 비켜주었을 테지만, 그런 안내는 전혀 하지 않더라구요. 칸차나부리도 10년 전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여러 면에서 질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원래 계약한 차량이 오지 않고 픽업을 개조한 차량이 왔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탔는데, 워낙 속도를 내길래 천천히 달려달라고 부탁을 해도 전혀 먹히지가 않고 결국 함께 탔던 사람이 화를 내며 속도를 줄이라고 했더니 기사가 마주 화를 내며 내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원래 차량 운전기사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하면서 그냥 가버렸습니다. 속절없이 벌판 옆 농가 앞마당에 앉아 40분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앞마당 의자에 앉도록 해주고 찬물을 가져다 주는 등의 친절을 베푼 농가의 젊은이들을 만나 불쾌감을 덜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태국에 오래 거주하고 계신 한국인을 만나 들은 바로는 태국이 많이 변했으며 시골로 가면 좀 다르다고 하더군요. 하긴 연간 관광객이 1500만이나 몰려온다니 앉아서 배짱을 부릴만도 하겠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10년전 태국에서 받은 친절과 감동을 10년간 간직해왔듯이 태국에 오기 전 12일을 보냈던 베트남에서 우리가 겪은 친절을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며 태국에서 받은 불쾌감 또한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을 했습니다만 부디 관광청 관계자분이 한 번 훑어라도 보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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