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2008.02.13 10:36 조회 6132

안녕하십니까, 지난 2월1일부터 10일간 태국여행을 다녀온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ROH프로그램으로 갔는데, 특히 저희 부부에게는 결혼 20주년 기념 여행이라 더욱 뜻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치앙마이의 맑은 하늘과, 트레킹...방콕의 번화한 거리와 쇼핑거리, 그리고 푸켓과 끄라비 아오낭 비치의 맑은 해변, 피피섬의 풍광 등등...
태국을 여러번 다녀왔지만 저희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아름다운 추억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날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인해 저희 부부는 결혼 20주년 태국여행의 기분을 망쳐버렸습니다.
한국 속담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끝이 안 좋으면 다 안 좋다"입니다. 치앙마이와 푸켓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도 마지막 출국날 공항에서의 어처구니 없는 봉변때문에 다 부질없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저희가 탈 비행기는 밤 11시30분 타이항공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밤 9시에 수완나폼 공항에 도착, 타이항공의 International창구에 줄을 섰습니다. 약 45분을 기다리자 저희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창구 직원이 하는 말이 "당신들은 Domestic 창구로 가야한다. 코리아와 재팬은 오늘 Domestic 창구에서 체크인 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2월10일-일요일)이 승객이 몰리는 날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한참을 걸어가서 일단 창구를 옮겨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승객들은 한없이 몰리는데 창구는 일부만 열려있었습니다.
저희가 창구직원에게 접수할 때 시간이 밤 11시 05분이었으니까요.
직원은 우리에게 체크인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리저리 연락을 하다가 겨우 11시10분쯤 좌석을 배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렀습니다.
출국장으로 나가며 여권 검사하는데 10분, 그리고 출국장으로 나가면 하는 짐 검사에서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뛰어다니느라 집사람과 거리를 두고 가게 되었습니다. 약, 15미터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지인들에게 줄 선물로 사간 물품이 마침 코코넛 오일이었는데, 1인당 5병은 지참을 하고 탑승해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는 바람에 아내와 따로 떨어져 제 가방에 있던 코코넛 오일은 절반을 출국장 수하물 검사대에서 압수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면세점 쇼핑에 대한 우리의 계획도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내와 나는 결혼20년 기념 태국여행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잘못한 것인지, 우리가 애매하게 피해를 본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수완나폼 공항이 세계적인 국제공항으로 거듭났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수완나폼 공항의 시스템은 돈무앙의 그것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이항공도 마찬가집니다.
많은 승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그에 맞는 직원을 배치해야 옳았습니다.
승객들은 무한정 기다리는데 한정된 직원들은 그저 일상적으로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그날 수완나폼 공항을 통해 출국한 타이항공 승객들, 특히 한국과 일본쪽으로 출국한 승객들의 고객만족도를 한번 조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저희와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이 꽤 되는 것으로 압니다.

타일랜드, 참 좋은 나라입니다. 저는 4~5번의 여행에서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고, 다시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은 아닙니다.
아내는 다시는 타일랜드에 가지 않겠다고 푸념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세계 어느 공항을 가더라도 2시간 30분의 여유를 갖고 도착한 승객이 이번처럼 허둥지둥 해야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귀국의 관광자원이 아무리 좋더라도 관광시스템이 이 정도라면 결과는 뻔 할 것입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책임있는 관계자의 사과와 해명을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이런 불편했던 경험의 기록이 귀국의 여행시스템 개선에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8. 2. 13 이용백 (yble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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